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 자 :나태주
  • 출판사 :열림원
  • 출판년 :2022-10-13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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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 나태주 × 자연예술가 임동식

그림, 마침내 시(詩)가 되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 모름지기 좋은 시에는 그림이 들어 있고 좋은 그림에는 시가 들어 있기 마련. 나는 그가 그림 속에 숨겨놓은 시들을 찾아내야만 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화가 임동식에게 드리는 오마주hommage의 산물이라 하겠다.

- ‘프롤로그’에서



1945년생. 해방둥이, 동갑내기. 을유생, 닭띠. 임동식 화백과 나태주 시인. “공주라는 고즈넉한 도시에서 만나 한세상을 함께 산 두 사람.” 나태주 시인은 언제부터인가 “그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임동식 선생은 “오로지 화가 그것일 뿐인 사람”. “나무를 사랑해 나무를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화가 임동식은 자연(自然),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향한 겸허한 사랑을 화폭에 담는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사물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시로 써온 ‘풀꽃 시인’ 나태주. 인생이라는 고단한 여정에서 두 친구가 건져올린 삶의 고즈넉한 정경은 그림이 되고, 마침내 시(詩)가 된다. 임동식 화가의 그림 51점과 그 유장한 아름다움에 헌정하는 시 48편,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순수한 서정이 빛나는 애송시 6편이 수록되었다.



빨래하는 어미 누이를 따라 오래고 낡은 물건을 들고나와 엿으로 바꿔 먹던 개울가, 호황을 지난 동네 가게에서 뜸한 손님을 기다리는 비단장수, “산과 들과 강이 숨 쉬고” “누구도 몽니 부리지 않고 어울려 살던 시절”…… 그리운 빛과 향을 머금고 한 폭의 그림, 한 편의 시가 되는 정겨운 장면들은 어깨 위 짊어진 삶의 무게를 홀가분히 덜어준다. “풀밭에 맨몸으로 쓰러지고 싶던 시절”의 “발가벗은 마음으로” 돌아가 맞이하는 날들은 자유롭고 평안하기 그지없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나태주 시의 온화하고 겸손한 태도는 임동식 화가의 그림과도 무척 닮아 있다. 대표작 「친구가 권유한 풍경」 시리즈처럼, 그의 그림은 어떠한 예술적 의도도 없이 ‘스스로 그러할’ 뿐인 세계의 깨끗한 서정을 담는다. “세상에 처음 태어난” “가슴과 눈빛과 그리움으로” “세상을 사랑하고 끝내 세상을 껴안”으면서 “나무를 상처 나지 않게” “산과 강물을 슬퍼하지 않게” 그려낸 자연은 단순하게 무심한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고 작가 그리고 관람자와 함께 생동한다.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다며 모든 존재를 끌어안는 너그러움 앞에서 시인은 “오로지 거룩한 심정 하나로 그에게, 그의 그림에게 시를 드린다”.



“지는 햇빛이 눈에 부시다”

저물어가는 날들의 그리움을

풀과 바람, 따뜻한 햇볕에 담다



77년이라는 세월, 두 친구가 붓 끝에 담은 세월의 정서는 후회가 아닌 ‘그리움’이다. 단순히 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흐르는 생애 전반에 걸친 회상과 그리움. “인생 전반에 대해서 깊이, 그리고 맑게 생각하는 마음”이 철학이라고 할 때, 그들의 시와 “그림은 그 인생 철학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이며, 끝내 어떻게 남을 것인가”. 결코 짧다고 말할 수 없는 세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인생, “떠돌며 살던 하루하루 고역의 날들”, “저물어가는 들판을 보며” “오래 망설이고 망설였”던 시절의 기억들…… 지난한 생의 저물녘, 시인과 화가는 마침내 “놓아주는” 것을 택한다. 그래도 좋다. 늙은 나무도 “봄이면 여전히 새싹을 내밀고 여름이면 또 햇빛을 부”르고 있으니.



“너무나도 넓고 거”칠고 “황막한 들판”, “성난 파도 울부짖는 바다”를 지나 “이제 빈손으로” 이곳에 돌아왔다. “아무도 오가지 않는 산” “마음속 외진 곳에 꽃을 심어 가꾸”며 치열함보다는 여유로움이 어울리는 한때를 지나고 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햇빛이 알아주고 바람이 알아주면” 그저 즐겁고 충만한 “혼자만의 기쁨”. 시와 그림, “다른 길로 돌아서 왔지만 끝내는 한길에서 만난 서로 다른 계절의 두 사람”이 “지상에서의 며칠, 이런저런 일들 좋았노라 슬펐노라 고달팠노라” 담담히 읊조리며 세상이 훤히 내다보이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오래고 긴 적막과 애달픔과 기다림”을 뒤로하고 “문득 세상과도 화해하고” “용서하지 못할 일들까지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되어. “맑게 살리라 사랑하며 살리라” 깨끗한 사랑의 다짐 나누며, “같이 가요 우리 같이 가요” 명랑한 동행의 인사 나누며…….



글 쓰는 사람 세계에서도 글과 닮아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그림 그리는 사람 세상에서도 그림과 닮은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임동식 화가는 그림이 바로 사람이고 사람이 또 그림인 사람이다. 비록 나는 그러하지 못했지만 그런 인물 한 분을 동시대에 만나고, 함께 이웃하여 살았음을 기쁨으로 여긴다.

- ‘에필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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