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

  • 자 :파블로 네루다
  • 출판사 :문학판
  • 출판년 :2016-06-14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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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에 언어의 미학과 사유의 우주를 펼쳐 보인

정현종 시인의 네루다 시 육필 감상



“네루다의 시는 언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생동이다.” - 시인 정현종



관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




“네루다는 시 그 자체이다.” 정현종 시인이 칠레 시인 네루다를 우러러 위대한 시인이자, 가슴 뛰게 하는 시 자체라고 칭송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파블로 네루다는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시인이다. 칠레의 역사와 더불어 영광과 고난의 길을 번갈아 걸은 그의 시는 대중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생명의 노래였다. 네루다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대중과 시가 있었고 열렬한 환호가 있었다. 감각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초현실주의 시인이면서 동시에 민중을 선동하는 혁명시인이기도 한 네루다. 그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냉철하고 지성적인 시인이면서도 열렬한 사랑을 갈구하는 육감적인 연애시인이었다. 정현종 시인이 국내에서 최초로 번역한 네루다의『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는 초판 발행 당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연애시집이다. 네루다의 고뇌에 찬 청년 시절의 정열과 칠레의 거친 자연이 혼재되어 있는 이 시집은 무엇보다 번뜩이는 영감과 실존의 기쁨과 육감적인 성애묘사로 네루다 시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시가 무언지도 모를 때부터 시를 노래했던 네루다에게 끊임없이 노래하게 만든 영감의 원천은 대자연이다. 산과 숲, 벌판과 꽃, 식물과 동물, 하늘과 땅, 비와 바람이 그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원천은 바로 사랑이다. 초기 시에 드러난 육감적인 성애묘사부터 후기시의 민중에 대한 사랑까지 네루다의 시는 사랑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여인의 육체를 탐닉하거나, 분노와 함성이 가득한 시를 쓸 때도, 일상적인 사물의 소박함을 기리는 시에서도 항상 그것은 꿈틀거린다. 그렇기에 네루다의 시는 만물이다. 정현종은 네루다의 시에 대해 ‘언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생동’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네루다의 시를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는 리듬이기에 번역을 하면 그 맛이 사라져버린다. 그럼에도 정현종 시인은 끈질기게 붙들어 그만의 감각으로 번역해냈다.





생동이요 만물인 네루다의 시 속으로



풍만한 여자, 살·사과, 뜨거운 달,

해초의 짙은 냄새, 가장한 진흙이며 빛,

어떤 은밀한 투명함이 당신의 원주(圓柱)들에 두루 열리는가?

그 어떤 옛 밤을 한 남자는 자기의 감각들로 느끼는가?



오, 사랑은 물과 별들 더불어 하는 여행,

익사하는 공기와 분말의 폭풍 더불어;

사랑은 번개들의 충돌,

하나의 꿀에 제압당한 두 몸,



키스를 하며 나는 그대의 작은 무한을 여행한다,

그대의 경계들, 강들, 작은 마을들을;

그리고 생식의 불-변형되고, 맛있는-이



피의 좁은 길로 미끌어져 들어간다

신속히, 밤의 카네이션처럼 쏟아부을 때까지:

어둠 속의 빛 외엔 아무것도 없을 때까지.

- 「012」 전문



정현종 시인은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할 때는 광활하지 않은 게 없다. 세계는 광활하고 나는 그곳에 우주적 규모의 거인으로 서 있게 된다’. 네루다의 시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감각하게 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언어이자 자연 그 자체라고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네루다의 시에 대해 정현종 시인은 ‘남녀 간의 사랑을 이렇게 적절한 비유와 강렬한 표현으로 노래한 시가 세계문학사상 또 있을까’하며 감탄한다. 위의 시에서 보이는 관능적인 쾌락과 육체의 탐닉은 본능적이고 야성적인 자연이면서 동시에 사랑이다. 네루다의 시를 온몸으로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과 하나가 된다. 그것은 네루다의 말들이 우리의 육체 위로 쏟아지는 놀라운 감각의 경험이다. 무감각해진 우리의 육체와 본능과 야성을 이토록 일깨우는 시인은 없었다. 우리가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피가 뜨거워지는 것은 그의 시가 “피 속에서 태어났”(「말」)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존재의 경이와 감탄과 찬양, 감사와 쾌락과 본능과 야성을 동시에 깨닫게 한다.



그러면

정글의, 숲의,

눈에 띈 적이 없는 가지들의

보이지 않는

새들아,

76 77

아카시아와

떡갈나무의 새들아,

환장한,

사랑에 빠진,

놀라운 새들아,

허영심 많은

가수들아,

이주하는 음악가들아,

내가 젖은 발로

가시투성이로

그리고 마른 잎들과 함께

집으로 향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련다:

방랑자들아,

너희를 사랑한다

자유롭고

총이나 새장에서 안전하고,

붙잡기 어려운

화관(花冠)이니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

- 「탐조(探照)를 기리는 노래」 중에서



네루다는 체질적으로 도시와 맞지 않는 야성의 시인이다. 또한 평화를 사랑하고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원시적인 시인이다. 그에게 시는 사랑이다. 꿈꾸는 것이다. 그가 사랑을 꿈꾸는 방식은 바로 자연스러운 본능과 감각의 목소리이다. 네루다는 어린 시절부터 칠레의 원시적인 정글을 드나들며 산 시인이다. 정글의 생물들이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으나, 그의 온몸에 배어든 원시림은 그의 시인됨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상상력의 분류와 언어의 생명력이 모두 정글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네루다의 시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본능적으로 돌진하는 야성의 목소리이다. 그 목소리가 우리들의 잠자고 있던 야성을 건드리고 일깨운다.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 속에서 우리는 찬란한 감각과 생명이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정현종 시인이 네루다에게 감탄하는 부분 역시 머리로 짜낸 퍼즐식 언어가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비유들 때문이다.

네루다의 전신적(全身的)인 비유들은 신선하고 적절하다. “당신의 눈길이 물로 가면, 물결이 인다; / 당신의 손길이 흙으로 가면, 씨앗들이 부풀어오른다.”(「034」) 정현종 시인은 이 두 구절에서도 사랑의 기적을 본다. 이밖에도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에 수록된 네루다의 시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감각하게 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진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정현종 시인이 그의 시를 생동이요, 만물이라고 한 까닭이기도 하다.





사랑을 노래하는 생명력의 시인, 네루다



모든 큰 예술가들의 활동은 ‘자연’만이 창조의 몫을 한다. 이때의 자연이란 타고난 재능과 몸으로 겪은 것을 망라한 것인데, 때론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힘을 가리키기도 한다. 네루다는 그 자체로 자연이다. 네루다의 시에서 발견되는 상상력의 분류, 시적 대상에 동화(同化)하는 에로스, 가차 없는 진정성은 그의 작품을 20세기의 한 고전이 되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네루다의 시에서 발견하게 되는 위대한 감정은 바로 사랑이다. 그는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연인에 대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낭만적인 시인이면서 민중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혁명적인 시인이었다. 이 두 모습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네루다의 삶을 관통하는 것은 언제나 한 가지, 사랑이었다. 1936년에 시작된 스페인 내전은 그의 시선을 사회의 약자들, 버려진 영혼들, 가난한 사람들로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네루다는 한평생 민중의 편에 서서 노래하고 투쟁했다. 사랑은 균형 감각을 회복하고 고통을 노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네루다가 세상을 떠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세계는 전쟁과 증오로부터 멀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폭력과 고통으로 절망하고 있다. 정처 없는 시대, 방황하는 영혼들의 무기력함을 본능과 야성의 목소리로 일깨워줄 이는 단연코 네루다밖에 없다. 그는 하나의 생동이기 때문이다. 네루다는 사랑의 가능성을 믿었고 노래했다. 평화를 사랑하고, 사랑 자체를 사랑했던 생명력의 시인이었다. 네루다의 시는 정처 없는 시대에 사랑의 혁명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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